14일 오후 6시 저녁 어스름이 깔리자 서울역광장의 넓은 광장이 점차 수백 명의 청년과 시민들로 채워졌다. 주최 측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라고 공지했으며, 실제로는 기점보다 조금 먼저 ‘신앙과 자유’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이번 집회는 횃불청년단(대표 차강석)과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가 공동 주관했고, 집회의 명칭은 ‘찰리 커크 정신계승 집회—자유 터닝포인트’였다.
광장에 설치된 무대 위에는 ‘신앙 위에 선 자유, 그 불씨를 다시 켜라’라는 문구가 크게 걸려 있었고, 옆에는 찰리 커크의 사진과 저서 전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참석자들은 검은 옷이나 단정한 복장을 갖춘 이들이 많았고, 일부는 촛불이나 횃불을 들고 와 ‘예배’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장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설교와 찬양, 자유발언의 밤
집회 막이 오른 후 첫 순서는 설교였다. 심하보 은평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자유 터닝포인트’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라디아서 5장 1절)”를 인용하면서, 자유는 인간이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찰리 커크를 “정치인이기 전에 하나님 앞에 선 한 사람의 신앙인”이라 말하며, 그의 생애를 “복음과 진리를 지키기 위한 짧지만 강렬한 순례의 길”이라 평가했다.
심하보 목사는 특히 “복음 없는 자유는 방종이다”라며 커크가 차별금지법의 독소조항과 종교다원주의의 확산을 비판했던 점을 신앙적 용기로 찬양했다. 그리고 “요즘 한국의 강단이 진리보다 세상의 눈치를 보고 있다”며 “믿음의 사람은 옳은 것은 옳다, 그른 것은 그르다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참석한 청년들에게 당부했다.
설교가 끝난 뒤에는 찬양과 기도의 시간이 이어졌다. 광장 한켠에 마련된 스크린에는 찰리 커크의 연설 영상과 저서 이미지가 투사되었고, 참석자들은 손을 들어 찬양곡을 따라 부르며, 마치 교회 예배와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이어 자유발언대가 열렸다. 마이크 앞에는 청년들이 올라 자신들의 신앙 이야기, 언론의 자유에 대한 분노,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발언을 이어갔다. “내가 찰리 커크다!”라는 구호가 반복되었으며, 일부 참가자는 새벽 5시가 넘도록 자리를 지키며 기도와 찬양을 이어갔다.
신앙과 자유, 그 경계에서
이 집회는 단순한 추모가 아니었다. ‘신앙 위에 선 자유’라는 테마 아래,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진리를 회복하자는 영적 선언의 자리로 기획되었다. 주최 측은 찰리 커크의 사역인 ‘Turning Point USA’를 언급하며 “정치운동이 아니라 복음으로의 회복운동이었다”고 설명했고 “한국 청년들이 터닝포인트 Korea를 외치며 신앙과 자유의 불씨를 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장에는 커크의 저서와 사진이 전시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참여자들은 그 앞에서 그의 메시지를 접하고, 자유와 신앙이 결합된 삶에 대해 나눴다. 또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곧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는 문구가 포스터 곳곳에 보였다. 이는 참가자들에게 단순히 한 인물을 기리는 것을 넘어, 자신들의 신념과 국가관을 다시 점검하자는 메시지로 전달되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예배의 자리
집회는 저녁 6시 시작 이후 밤이 깊도록 계속됐다. 광장은 마치 야외 예배당처럼 변했고, 참석자들은 횃불을 들고 찬양·간증·시 낭송·자유발언을 이어갔다. 일부 청년들은 “내가 찰리 커크다”라고 외치며, 자신의 삶과 신앙을 연결해 사회참여까지 생각해보겠다는 다짐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새벽 4~5시가 되자 인원은 줄었지만, 기도 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졌다.
현장을 본 한 참가자는 “이제는 단순히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신앙으로부터 출발한 자유 선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 집회가 끝나면 각자의 캠퍼스·일터·가정으로 돌아가 이 메시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번 집회가 가진 의미는 복합적이다. 첫째, 한국의 보수 청년들, 특히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이 미국 보수운동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찰리 커크가 한국에서 가진 발언이 한국 보수·기독교 진영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보도가 있다.
둘째, 이들은 자유·신앙·반공(反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집회를 구성했다. 집회 현장에서 미국 성조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흔들리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셋째, 이 집회는 기존 정치집회와 달리 ‘예배’ 형식을 띠고 있어, 신앙을 매개로 한 사회운동의 성격이 짙다.
다만, 이런 형태의 집회가 갖는 논란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 내 일부 보수 기독교 진영이 이 운동을 ‘한국형 MAGA(트럼프식 보수)’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또한, 외국 인물을 중심으로 한 집회가 한국의 현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참여자들의 주장과 실제 정책 변화 사이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밤이 새어가고, 서울역광장의 집회는 이른 아침 8시를 앞두고 정리되었다.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짐을 챙겨 떠났고, 남은 것은 횃불 잔향과 함께 남은 포스터 몇 장, 그리고 저서 전시대 위에 놓인 찰리 커크의 사진이었다. 집회를 주최한 측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자유와 진리를 위한 싸움을 이어가자”고 외쳤다.
광장을 떠나며 한 청년은 조용히 말했다. “신앙의 자유가 꺼지지 않도록, 여기가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이날 밤, 서울 한복판에서 울려 퍼진 그 외침이 앞으로 어떤 현실의 흐름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