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은 미국에서 자랐고, 미국에서 공부하며 이 나라의 과학을 위해 연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그는 공항에서 죄수처럼 구금됐습니다. 이게 정말 미국입니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한 사건이 미국 내 이민 정책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계 미국 영주권자이자 텍사스 A&M대학 소속 연구원인 태흥 윌 김(40) 씨가 공항 입국 직후 구금된 뒤 적법 절차 없이 일주일 넘게 공항 내에서 억류되고, 현재는 애리조나주 이민구치소로 이송되어 추방 절차까지 밟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도벌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취임 이후 다시 고삐가 죄어지는 이민 정책의 실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귀국길 공항에서 곧장 구금”… 이유는 14년 전 마리화나
김씨는 7월 21일 형의 결혼식 참석을 마친 후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던 순간 구금됐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은 입국 심사 과정에서 그를 별도로 격리했고, 이후 그는 공항 내 폐쇄 공간에 일주일 이상 구금된 채 인권적 처우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구금 중 변호인을 통해 “나는 단지 형의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을 뿐이다”라고 항변했지만 마이동풍이었다.
CBP 측은 구금 사유로 2011년 텍사스에서의 마리화나 소지 전력을 들었다. 당시 김씨는 기호용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후 비공개 처분을 통해 실질적 범죄기록에서 삭제된 상태였다. 그는 사회봉사 명령 이행 후 정상적으로 박사 과정에 진학했고, 현재는 라임병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었다.
“밤엔 의자에서, 낮엔 또 다른 방으로”… 인권은 없었다
김씨의 변호인 칼 크루스는 “CBP는 김 박사를 수감자처럼 취급하며 수면·식사·가족 연락 등 기본적 권리조차 보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창문 없는 방에서 의자에 기댄 채 밤을 보내고, 낮에는 다른 방으로 옮겨져 하루 두 차례 ‘2차 심사’를 받는 형태였다. 식사는 공항 음식점에서의 간단한 끼니로 때웠고, 가족과는 단 한 번의 통화만 허용됐다. 변호인 접견조차도 일주일간 불허되었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명백히 적법 절차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셈이다.
영주권자이자 과학자, 그러나 “귀화 당시 나이 제한”
태흥 윌 김 박사는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해 거의 모든 삶을 미국에서 살아왔다. 그의 가족 대부분은 시민권자이지만, 김 씨는 귀화 시기 당시 나이 제한에 걸려 자동 시민권을 받을 수 없었다.
어머니 예훈 샤론 리 씨는 기자회견에서 아들이 천식을 앓고 있다며, 구금 상태에서의 건강 악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국적 하나 차이로, 미국에서 공부하고 연구해온 내 아들이 갑자기 위험한 범죄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트럼프 정부 복귀 후 가속화되는 “구금·추방” 체제
김씨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본격화된 ‘강경 이민’ 기조의 연장선에서 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CBP·ICE(이민세관단속국) 등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공항·항만에서의 입국 심사 강화·소급적용형 구금 조치·자동 추방 절차를 빠르게 재가동해왔다. 특히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이미 종료된 경범죄까지 구금 사유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과 이민변호사협회는 “영주권자라 하더라도 정식 재판 없이 구금·추방 대상이 되는 것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이건 단지 한 사람의 사건이 아니다”
김씨의 변호인단은 연방법원의 긴급 개입을 요청한 상태다. 동시에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 사건이 아니라 “미국 이민 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를 촉구하는 표본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미 소셜미디어와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JusticeForWilKim’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으며, 일부 학자들은 “백신 연구와 공익 활동에 헌신한 고학력 이민자까지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다면 미국 과학·의료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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