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공개한 영상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전사자들의 실상이 일부 드러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유가족을 불러 모아 진행한 행사는 ‘위로의 자리’가 아니라 정권 선전을 위한 정치쇼였다. 김정은이 전사자의 초상화를 유족한테 일일이 건네며 포옹을 연출했지만, 현장에 있던 유가족들의 눈물과 오열은 가려졌다. 더 끔찍한 것은 이 모든 장면이 “김정은의 따스한 사랑”을 강조하는 선전물로 포장되었다는 사실이다.
영상으로 드러난 전사자 규모, 최소 500명
북한 당국은 지난달 표창 수여식에서 101명의 전사자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유가족 초청 행사에서는 김정은이 네 차례에 걸쳐 80~100명 규모의 유가족과 단체 사진을 찍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300~400명, 기존 101명을 합치면 최소 500명 이상의 전사자가 확인된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조차 감출 수 없게 된 희생의 규모를 보여준다.
‘통생통사 강동완TV’를 운영하는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이 공개한 영상만으로도 5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정보기관 집계에 따르면 8월 31일 현재 전사자는 무려 1만2460명에 달한다. 탈북인이자 조선일보 기자 출신인 강철환 대표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의도적으로 축소 발표를 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500명’은 북한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직업 군인 등 최소치일 뿐이며, 실제 희생 규모는 그 20배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가족의 슬픔마저 정치 선전 도구로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유가족의 반응이다. 남편과 아들, 아버지를 잃은 이들이 통곡하는 자리에서 김정은이 등장하자 억지 박수가 터졌다.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의미도 모른 채 손뼉을 치도록 강요당했다. 북한 아나운서 리춘희는 “사랑의 따스함이 온 장래를 휘감았다”고 선전했지만, 영상 속 유가족들의 눈물은 ‘공포와 강요된 충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김정은은 전사자 자녀들을 만경대혁명학원에 보내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사실상 ‘대물림 충성 교육’이다. 남편과 아버지가 김정은을 위해 죽은 자리에서, 자녀들마저 김정은 체제의 노예로 길러지도록 하는 악순환을 공표한 셈이다. 슬픔조차 정권 유지를 위한 자산으로 삼는 독재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샛별거리’ 조성, 전쟁을 미화하는 기괴한 행태
김정은은 연설에서 “전사자들을 위해 평양에 ‘샛별거리’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희생을 기리는 추모가 아니라, 전쟁을 영웅화하고 더 많은 젊은이들을 ‘명예로운 죽음’으로 내몰기 위한 심리전이다. 북한 내부에서 전사자 소식이 확산될수록 군인과 가족들의 동요가 커지기 때문에, 김정은은 이를 “체제 결속의 영웅 만들기”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전쟁이 북한의 생존과 아무 관련이 없는 ‘대리전’이라는 점이다. 북한 병사들이 목숨을 바친 이유는 조국 수호가 아니라, 김정은이 푸틴과 맺은 ‘죽음의 거래’ 때문이다.
피로 쌓은 외화, 김정은-푸틴의 거래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경로에서 드러났다. 김정은은 전사자가 늘어날수록 ‘보상금’ 형태의 외화를 더 많이 확보한다. 푸틴에게는 값싼 총알받이가 필요하고, 김정은에게는 달러가 필요하다. 결국 수만 명의 북한 젊은이들이 명분 없는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구조적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의 전사자 집계인 1만2460명은 이 죽음의 거래가 이미 대규모 학살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김정은은 표면적으로는 몇 백 명만 공개하며 “위대한 희생”을 선전하지만, 실제로는 ‘죽은 숫자’가 곧 ‘거래 금액’이 되는 참혹한 현실이 존재한다.
국제사회가 직시해야 할 북한의 전쟁 범죄
만약 대한민국에서 수백 명의 군인이 타국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었다면, 나라는 당장 뒤집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유가족이 오히려 ‘김정은의 따뜻한 품’을 찬양하는 선전 도구로 내몰리고 있다. 이는 독재 체제의 폭력성과 비인간성을 극명히 드러내는 장면이다.
이제 국제사회는 북한의 전쟁 개입을 단순한 ‘외화벌이’ 차원을 넘어 전쟁 범죄로 규정해야 한다. 어린 청년들을 속여 타국 전쟁터로 보낸 뒤, 그 죽음을 체제 유지와 외화 수입에 활용하는 정권은 문명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
김정은의 ‘전사자 정치쇼’는 잔혹한 독재의 자화상
이번 유가족 초청 행사는 북한 정권의 본질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슬픔을 강요된 박수로 바꿔치기 하고, 죽음을 ‘영광’으로 포장하며, 자녀 세대까지 충성 노예로 만들려는 체제. 김정은의 우상화 선전 속에 가려진 진실은 500명이 아니라 수만 명의 젊은이가 무의미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이다.
김정은과 푸틴의 ‘죽음의 거래’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북한 주민의 생명은 외화벌이 수단이 아니며, 국제사회는 이 끔찍한 학살극에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전쟁 참여가 계속되는 한, 유가족들의 눈물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김정은 체제는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키는 길을 걸을 뿐이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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