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이 조작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소식은 국제 정치 지형에 적잖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과 러시아의 강권 지도자가 한 목소리로 ‘세계 민주주의의 표준’으로 불려온 미국 선거의 정당성을 정면으로 부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한국 정치와 연결시켜 보면 단순한 외신 헤드라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보편 가치와, 이를 둘러싼 국제적 인식 변화가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푸틴의 ‘의견 일치’가 주는 충격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 직후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푸틴이 2020년 대선은 조작되었으며, 내가 실제 승리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나아가 “우편투표로는 정직한 선거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차원에서 충격적이다. 첫째, 미국 내부에서는 이미 수년간 논란의 불씨로 남아 있던 ‘대선 부정설’을, 국제 무대에서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둘째, 이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향후 선거 제도 전반—특히 우편투표 및 사전투표 제도—를 둘러싼 글로벌 논쟁으로 번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실제로 미국은 물론 유럽의 독일·한국 등 선진 민주국가 일부가 ‘부재자·우편투표’를 부분 허용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양대 강국의 정상이 이를 정면 부정하면서 선거의 ‘신뢰 인프라’ 자체가 국제적 의제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한국 선거 제도와의 연결 고리
여기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러면 한국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한국은 이미 2020년 총선을 계기로 ‘전자개표기와 서버 관리, 사전투표 보관·이송 문제’ 등에서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비록 오염된 사법부와 중앙선관위는 ‘문제 없음’이라는 결론을 반복해왔지만, 여전히 상당수 국민이 투명성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드러난 선관위의 개표 서버 계약 논란(‘변환툴’ 포함 계약, C컴파일러 설치 가능성) 역시 선거 신뢰의 균열을 심화시켰다.
트럼프와 푸틴이 합창한 ‘우편투표 불신론’은 한국 사회에서 ‘사전투표·전자개표 불신론’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양쪽 모두 “기술적 편의와 효율”이라는 명분으로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선거 결과 조작 가능성’이라는 의혹의 뇌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위기’와 국제 공조의 새 흐름
더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푸틴의 발언이 단순히 양국 정치용 수사가 아니라, 국제적 선거 검증 논의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한국의 2024년 총선과 2025년 조기대선을 둘러싸고 국제선거감시단의 의혹 제기, 모스 탄 전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의 방한 발언,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 기자회견 등 일련의 흐름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우리도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러시아까지 이를 뒷받침한다면 한국의 선거 신뢰 문제 역시 ‘내부 논쟁’을 넘어 ‘국제적 의제’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선거, 안전한가?”라는 불편한 질문
이번 사안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근본 질문은 분명하다.
첫째, 한국의 선거 제도는 국제적 기준에서 충분히 투명한가? 서버 관리, 투표지 보관, 전자개표 장비 검증 등이 세계적 수준의 감사 체계를 거치고 있는가?
둘째, 사전투표와 전자개표, 편의와 효율만큼 ‘신뢰’를 확보하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신뢰 없이는 유지되지 않는다.
셋재, 국제적 선거 감시 협력, 거부할 이유가 있는가? 한국이 자신 있다면 국제 감시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초청해 투명성을 증명하는 것이 옳다.
“남의 나라 얘기 아니다”
트럼프·푸틴의 합창은 단순한 음모론적 발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무겁다. 그 발언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 ‘세계 최고 민주국가의 선거가 조작됐을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확산되는 순간, 모든 민주국가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전자개표·사전투표·서버 계약 문제 등으로 이미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은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 한국 선거는 안전한가?”
이 불편한 질문을 외면한다면, 언젠가 한국 민주주의의 정당성마저 국제 무대에서 도전을 받을지 모른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