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는 오래된 금언이 있다. “권력자의 칭찬을 받는 언론법은 악법이다.” 이는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언론 자유는 권력과 일정한 긴장 관계 속에서만 살아남는다. 권력자가 반기지 않는 법과 제도 속에서 언론은 감시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자가 기꺼이 박수치며 환영하는 순간, 언론은 그 감시 기능을 상실하고 정권의 확성기로 전락할 위험에 처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방송 3법 개정안’이 바로 그 시험대에 올랐다.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을 묶어 개정한 이 법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극찬했다. 제62회 방송의 날을 맞아 대통령이 직접 공적 자리에서 언급한 만큼,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현 정부의 인식과 전략을 드러낸 발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이 대목에서 우려가 증폭된다. 권력자의 칭찬은 곧 언론 자유의 후퇴 신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송 3법, 누구를 위한 ‘독립’인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방송 3법 개정안은 여당인 국민의힘의 격렬한 반대 속에 밀어붙여졌다. 국민의힘은 이를 “방송 장악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필리버스터까지 감행했으나, 결국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여야가 이토록 첨예하게 갈렸을까. 표면적으로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내세우지만, 실제 조항들은 권력에 우호적인 방송 구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자유 언론 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다.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리하는 기관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어느 특정 권력 세력에 예속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의 이사 선임 구조, 이사회 운영 방식, 경영진 임명 절차 등에 정권 다수 세력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다. 대통령이 스스로 “합리적 의사결정”과 “경제적 효과 향상”을 언급한 것도, 결국 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방송 환경을 기대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권력의 손에 들어간 ‘공영’의 의미
공영방송은 사익을 추구하는 민영방송과 달리, 국민 전체의 공익을 대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이 필수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공영방송의 경영 구조에 정치적 코드가 심어질 경우, ‘공영’이라는 이름은 껍데기만 남게 된다. 방송이 경제 도약의 중추적 역할을 하리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언뜻 긍정적으로 들리지만, 방송을 경제적 효과와 효율성의 도구로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언론 자유의 본질과 충돌한다. 언론은 경제 발전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권력과 사회 전반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고유 기능을 지닌다.
더욱이 이번 개정안은 국제적 기준에서도 문제 소지가 크다. 언론 자유를 평가하는 국제 NGO들은 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한국이 지금까지 부분적으로나마 언론 자유를 보장받아온 것은 공영방송 구조에 최소한의 견제 장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자가 만족할 만한 방식으로 제도가 개편된다면, 한국 언론의 자유지수는 빠른 속도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자유 언론의 본질은 ‘불편함’에 있다
언론은 권력자에게 불편한 존재여야 한다. 불편하게 질문하고,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며, 불편한 비판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이 불편함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안전판이다. 따라서 권력이 환영하는 방송법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적신호라 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의 박수갈채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와 언론인 스스로의 자율적 운영 보장이다.
방송 3법 개정안은 ‘독립성’이라는 미명 아래 실질적으로는 정권 친화적 구조를 제도화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언론 자유 이론에서 보장된 ‘권력으로부터의 거리두기’ 원칙은 무너지고, 그 자리에 권력의 호의에 기댄 방송 체제가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단순히 특정 정당의 이해득실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 전체의 질적 수준과 직결된다.
언론 자유의 역진을 막아야
우리는 역사에서 숱한 사례를 통해 배웠다.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순간, 민주주의는 퇴행의 길을 걸었다. 공산권 국가들은 물론이고, 민주주의를 표방했던 나라들조차 언론 통제 장치가 작동하는 순간 국민의 자유는 서서히 침식되었다. 방송 3법이 지금 그 첫걸음을 떼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의 칭찬을 받는 언론법은 악법이다.” 이 금언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라,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시대를 초월한 경고다. 방송 3법 개정안을 계기로, 한국 사회는 다시금 언론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해야 한다. 언론의 자유는 권력의 호의가 아니라, 국민의 자유로운 비판 정신에서 비롯된다. 그것을 잃는 순간, 민주주의는 허울만 남는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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