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 밸리대학교 강연장에서 발생한 보수 청년 운동가 찰리 커크(32)의 피격 사망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비극을 넘어 사회 전반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USA’ 설립자이자 대표였던 커크는 ‘MAGA 세대의 아이콘’으로 불렸고, 그의 죽음은 즉각적으로 순교적 이미지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온라인 공간에서는 그의 죽음을 조롱하거나 경멸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고, 일부는 아예 암살을 찬양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들의 발언은 곧장 거센 역풍으로 이어졌다. 교사·의사·대학교수·언론인·기업 직원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부적절한 언행”을 이유로 해고·정직·징계를 당한 사례가 속출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사회에서조차 “말의 대가”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조롱과 냉소, 그리고 해고
사건 직후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례 중 하나는 미들테네시주립대(MTSU)의 조교수 겸 학생담당 부학장이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커크의 죽음을 두고 냉소적인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 내용이 퍼지면서 학내외 비난이 폭발했다. 학교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학생과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위치에서 부적절하고 냉담한 발언을 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인사는 직무 해제 및 해고 조치를 당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부 고등학교 교사와 지역 의사들도 커크 암살을 조롱하는 글이나 댓글을 남겼다가 지역 언론과 보수 시민단체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교사들은 교육청 조사 후 정직 또는 징계를 받았고, 의사들은 소속 병원 및 협회로부터 면책 심사에 회부되거나 사직 압박을 받았다.
실제로 미국 뉴저지 주 엔글우드 헬스 병원 소속 외과의사 정 매튜 박사(Dr. Matthew Jung)는 “찰리 커크를 미워한다. 그는 그럴 만했다. 그는 받아야 했다(I hate Charlie Kirk. He had it coming. He deserved it)” 등의 표현으로 암살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가 병원 내부 조사를 거쳐 사임(resignation)했다.
금융권과 언론계로 번진 파장
정치와 직접적 연관이 없어 보이는 기업 분야에서도 여파는 거셌다. 글로벌 금융기업 나스닥(Nasdaq)의 한 직원은 개인 계정에서 “커크의 죽음은 시대가 그를 심판한 것”이라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이 게시물이 공개되자 회사 측은 브랜드 이미지와 주주 신뢰를 이유로 해당 직원을 즉각 해고했다.
언론계에서도 파문이 컸다. 일부 칼럼니스트와 프리랜서 기자들이 트위터(X)와 블루스카이(Bluesky)에 “극우 선동가가 사라진 것일 뿐”이라는 조롱성 발언을 남겼다가 소속 매체와의 계약을 잃었다. 특히 미국의 주류 일간지와 방송국들은 “언론인의 최소한의 품위와 공공 신뢰를 지키지 못했다”며 이들의 글을 삭제하고 계약을 해지했다.
가장 논란이 컸던 사례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매체인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카렌 아티아(Karen Attiah) 해고다. 아티아는 2014년 워싱턴포스트에 합류해 ‘글로벌 오피니언’ 부문 창립 에디터를 지냈고 이후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로 활동해온 저명 인사였다. 그는 커크 암살 직후 소셜미디어에 일련의 글을 올리며 “백인 남성 폭력에 뒤따르는 과도하고 허위처럼 보이는 애도(perfomative mourning)”를 비판했고, 미국 내 총기 폭력과 인종 불평등 문제를 함께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 경영진은 그의 게시물 중 하나를 “용납 불가(unacceptable)” “중대한 위반(gross misconduct)”으로 규정했다. 특히 “동료 직원들의 신체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내려졌고, 곧바로 해고 조치가 단행됐다.
일터까지 번진 온라인 여론전
온라인 영상으로 확산된 한 사건은 특히 상징적이다. 미국 오피스디포(Office Depot) 지점 직원이 커크 추모 행사에 사용될 포스터 출력 요청을 거부하는 장면이 고객의 휴대폰 카메라에 포착돼 SNS에 올라왔다. 이 영상은 삽시간에 퍼졌고, 불매운동 위기까지 몰린 본사는 해당 직원을 해고했다. 회사 측은 “개인의 신념은 존중하나, 고객의 정당한 서비스 요구를 거부한 것은 기업 정책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개인의 발언이나 행동이 회사 전체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현실 속에서, 기업들은 표현의 자유보다 평판 리스크 관리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충돌
미국 헌법 수정 제1조는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공적 인물의 죽음을 어떻게 말할 것인가’라는 민감한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냈다. 찬양이나 조롱은 법적으로 처벌되기 어렵지만, 도덕적·사회적 압력은 법보다 훨씬 빠르고 무겁게 작동했다.
비판자들은 “직장에서 해고까지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며 우려를 표한다. 개인의 사적 공간에서의 발언을 근거로 직업적 생계를 박탈하는 것은 ‘사상 검열’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일부 해고자들은 부당 해고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옹호자들은 “표현의 자유는 보호되지만 책임에서 면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특히 교육자·의료인·언론인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직업군일수록 발언의 파급력이 크며, 따라서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순교와 혐오, 정치적 양극화의 거울
커크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의 죽음을 “순교”로 규정하는 서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목회자와 보수 논객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빗대어 커크의 희생을 강조했고, 이는 지지층의 결속을 강화하는 상징적 장치로 기능했다.
반대로, 그를 극우 선동가로 여겨온 이들에게는 그의 죽음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커크 사건은 미국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같은 사건을 두고도 누군가에게는 성스러운 순교이자 기념비적 순간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되는 극단적 분열의 현장이 된 것이다.
남은 과제 ‘말’과 ‘직업’의 경계
커크 암살 이후 벌어진 일련의 해고·징계 사례는 표현의 자유와 직업적 책임이 충돌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자유롭게 말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이 사회적 비용 없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은 모든 발언을 기록하고 증폭시켜, 발언자를 직업적·사회적 삶의 위기로 몰아넣는다.
카렌 아티아의 사례처럼, 비판적 의도를 담은 글조차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조롱’ 혹은 ‘위협’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 현실은 더욱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법원 판례와 사회적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과연 우리는 “말의 자유”와 “책임”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 것인가. 찰리 커크의 죽음이 남긴 질문은 미국 사회를 넘어 전 세계 민주주의 사회가 마주해야 할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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