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8일 안규백 신임 국방부 장관을 임명하며 “12·3 계엄사태 이후 국방부 인사가 매우 중요하다”며 “불법·부당한 지시에 소극적으로 임했던 간부들에 대한 특진을 추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대통령이 한 나라의 국방 수장을 임명하는 자리에서 한 공식 발언이다. 하지만 그 내용은 충격을 넘어, 헌정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위험한 선언이었다.
이 지시는 곧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내린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명령을 ‘불법’으로 단정짓고,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던 장교들을 보상하라는 의미다. 이 얼마나 무도하고 자기모순적인 발언인가. 자신이 현재 국군통수권자임을 내세워, 바로 전임 국군통수권자의 명령에 ‘항명한 군(軍) 간부’를 특진시키라니, 결국 이는 군 명령체계를 무너뜨리고, 정치적 코드에 맞는 인사를 보상하겠다는 정치 보복 선언에 다름 아니다.
비상계엄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물론 어떤 계엄 조치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제기와 사법적 판단은 사후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 계엄은 불법이었다”고 단정 짓고, 그 명령을 거부한 자들을 포상하겠다는 것은 곧 통수권 자체의 정당성과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군의 정치화를 조장하는 발언이다. 군의 사명은 헌법 수호이지, 정권 코드에 맞춰 충성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대통령은 통수권자로서 군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위해 군을 재편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문민통제의 탈을 쓴 정치적 장악 시도이며, 국가 안보와 군 기강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오늘의 대통령이 “계엄령에 협조하지 않았던 자들을 특진하라”고 말할 수 있다면, 내일의 대통령은 “전임 정권에 협조했던 자들은 좌천시키라”고 말할 수 있다. 군은 정권의 소유물이 아니다. 헌법의 기관이며, 국가의 최후 보루다.
또한 국세청장에게 “전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조세 정상화에 힘써달라”는 지시는 어떤가. 이는 공정과세를 지시한 것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전임 정권의 인사나 정책을 표적으로 한 세무권력의 동원을 암시한다. 대통령이 직접 ‘전임 정부의 잘못’을 언급하며 조세정책에 개입하는 것은 정치 보복을 위한 세무행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조세행정의 중립성과 일관성이 훼손될 경우, 이는 기업과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독이 된다.
결국 대통령의 발언은 하나로 귀결된다. 군도, 세무도, 모두 정권의 정치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발상. 이러한 사고는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재명 정권이 진정 법치와 헌정 질서를 말할 자격이 있다면, 지금 당장 ‘계엄 불복 간부 특진’이라는 발언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국가의 군대는 어느 정권의 하수인이 아니다. 정권은 바뀌어도 헌법은 이어져야 하며, 군은 중립이어야 한다. 이것이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의 최소한의 기준이다.
더는 국군을 모욕하지 말라. 더는 헌법 위에 군림하지 말라.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당신은 통수권자이지, 심판자가 아니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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