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8월 15일에 조기를 걸기로 작정했다. 예년 같으면 건국절이자 광복절이라 하여 경축기를 걸었지만 올해에는 대한민국의 침몰을 직접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8월 15일은 광복 80주년이자 망국의 원년이다. 6·25전쟁 중에는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 한반도가 적화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공산주의 침략자들에게 대한민국을 짓밟히게 둘 수 없다는 불같은 애국심이 있었고, 수만리 먼 이국 땅에서 목숨을 바친 유엔군이 있었다. 모두가 대한민국을, 자유와 평화를 지키겠다는 신념이 가득했다.
80년 전 이 땅에는 기적같은 해방이 찾아왔다. 36년간 이 강토와 국민을 통치해왔던 군국주의 일본이 미군이 주축을 이룬 연합군에게 항복을 하면서 갑자기 세상이 바뀐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긴건지 가늠하기도 전에 남쪽에는 미군정이, 북쪽에는 소련의 조종을 받는 김일성 세력이 남북한을 분할했다.
해방은 되었지만 어떤 나라를 되찾은 지는 분명치 않다. 대한민국이 독립한 것이 아니냐고? 그때는 대한민국이 건국되지도 않았다. 조선은 대한제국의 선포로 500년을 이어오던 세월을 접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한제국은 외교권을 일본에게 바쳐 스스로 속국이 되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제국을 독립된 나라로 인정하는 국가는 없었다.
고종황제가 헤이그의 만국평화회의에 밀사를 보내 한·일합병은 무효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회의장에 입장조자 할 수 없었다. 마라톤 선수 손기정은 베를린 올림픽에서 1위로 달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함께 참가한 남승룡 선수는 3위로 입상했지만 모두가 일본 국적일 뿐이었다. 손기정은 손 기테이, 남승룡은 난쇼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두 선수는 국민적 영웅이 되었지만 코리안이라는 자부심은 당시 동포들끼리만 통하는 은밀한 연대감이었을 뿐이다.
전라도 사람들이 위인처럼 받드는 정치인 김대중은 어린 시절 도요타 다이쮸(?田 大中)로 창씨 개명했다. 일본통치 당국은 반도인이 황국신민으로 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선전했고 대부분의 한인들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다. 일본 천황에게 복종하고 숭배한다는 의미를 담은 ‘덴노헤이카반자이(天皇陛下万歲)’는 일본인에게는 신앙같은 것이었고, 조선인(당시에는 대부분 그렇게 믿었다)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야할 믿음 같은 것이었다.
일본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영원한 제국’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암살’에서 일본군 밀정 노릇을 한 염석진이 동포를 배신하고 일본 편으로 돌아선 이유를 ‘일본이 망할 줄 몰랐으니까’라고 변명하는 장면처럼 대일본 제국이 망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헸다.
그런 일본이 연합군에게 무조건 항복하고 이 땅에서 물러났다. 상해임시정부는 법통을 인정받지 못했고, 관여한 요인들은 개인 자격으로만 입국했다. 일본의 속박에서 풀려났다는 감격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더 불안해했다.
북한의 지령을 받는 좌익은 시위와 파업, 요인 암살, 사회 교란을 노린 선전·선동을 무차별적으로 자행했다. 여수·순천의 군대 반란사건, 선거를 방해하려는 남로당의 조직적인 테러 때문에 발생한 제주4.3사건은 좌익의 난동이었다.
그런 혼란과 격동을 겪으면서 대한민국은 건국을 선포하고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다.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독립국가로 비로소 첫발을 디딘 것이다. 곧 이어 발발한 6·25 전쟁은 신생국가 대한민국을 절대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전선은 공산군에게 점령당할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불안에 떨었지만 하나가 된 국민의 불타는 애국심·유엔군의 지원 덕분에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연합군(주력은 미군이었지만)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면서 전황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동서 양진영이 충돌하는 국제적 양상을 보이며 공방을 거듭하던 전쟁은 휴전선이라는 중립지대를 남기며 휴전상황을 만들었다.
적화를 노리며 남침을 자행한 북한 공산 세력은 당초 기대와 다른 실패였고 침략에 맞선 대한민국은 국가와 자유를 지켜낸 위대한 승리였다. 이어진 부국강병의 성공신화는 대한민국을 세계가 주목하는 부러운 나라로 만들었다.
그런 대한민국에 유례없는 괴물같은 존재가 등장했다. 다섯가지 재판을 받는 피의자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었고, 취임하자 말자 대한민국을 망국의 길로 몰아넣고 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고 대북전단을 금지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은 중단했다.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간보기는 간단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을 버리고 친중·친북을 더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뜻대로 하기도 어렵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는 수백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무엇을 챙겼는지는 불투명하다. 민생지원금 명목으로 13조원이나 되는 돈을 뿌리고 모자라는 세수는 기업들의 세금을 더올려 메우겠다고 한다. 증시를 5000p까지 끌어올리겠다면서도 노란봉투법이니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 같은 법안을 통과시겼다.
본인을 닮은 사람들을 기용하기로 작정이라도 한듯 각종 비리와 탈법, 불법으로 얼룩진 인물들을 골라 내각이나 대통령실 주변, 주요기관장 보직에 포진시켰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고개를 들지 못할 인물들을 무차별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법사위원장이던 이춘석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차명으로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춘석 혼자의 돌출적인 행동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에서 내부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너도나도 끼어들지 않았을까. 국회 회기 도중 코인거래를 한 것이 드러나 청년 세대들의 분노를 샀던 김남국은 국민소통비서관이 되어 더 이상 눈치 보지않고 코인거래를 계속하고 있을거라는 의심이 간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기념해야 할 8·15에 조국·정경심·최강욱·윤미향·조희연·은수미 등 비리로 얼룩진 인물들을 여론의 비난을 무릅쓰고 대거 사면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상식과 윤리에 어긋나는 독선을 감행했다. 명백한 직권남용이다.
권력의 위세에 눌린 사법부는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황운하·한병도 의원,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박형철 비서관 등 울산시장 선거에 불법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들은 줄줄이 무죄를 확정했다, 행정부는 물론이고 입법·사법부는 물론이고 주요 언론까지 장악한 장악한 총통 국가가 되었다. 개혁이니 국민통합·민주화라는 말로 아무리 포장해도 내용은 자기편 챙기기, 법리와 상식에도 벗어나는 마구잡이 정책의 망나니 칼을 휘두르고 있다.
말썽꾸러기 자녀를 가리켜 ‘아이는 하난데 삼신이 들었다’는 말이 있다. 공부에는 등신, 나쁜짓하고 잔머리 쓰는데는 귀신, 먹는데는 걸신이라는 뜻이다. 이재명정부는 외교에는 등신, 경제 망치는데는 귀신, 음모와 계략으로 뒷돈 챙기는데는 걸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8·15에 국민임명식을 한다고 한다. 돈풀어 환심을 사고, 내편 챙기는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는 조작의 명수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국민을 내편, 네편으로 가르고 나라 살림을 망치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8·15 기념일을 경축할 수가 없다. 조기를 달려는 이유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