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발의한 ‘형법 일부 개정안’이 정치권과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요지는 간단하다. 특정 국가, 특정 국민, 특정 인종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하면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5년의 징역, 단순 모욕만으로도 1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게다가 명예훼손죄에 적용되는 ‘반의사불벌죄’도, 모욕죄의 ‘친고죄’ 조항도 적용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누가 고소하지 않아도, 누가 불쾌하다고 느꼈는지조차 몰라도, 수사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잡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민주당의 설명은 그럴듯하다. “혐오 표현이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정 인종이나 국가를 향한 욕설이 도를 넘었다”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혐오 방지’라는 이름 아래 인도주의적 색채가 덧칠돼 있다. 하지만 그 포장지를 한 꺼풀만 벗기면 내용물은 다소 이질적이다. 법안 제안 이유문에는 유독 ‘반중(反中) 시위’ 사례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다. “짱개송” “중국 개입설” 등의 문구가 등장한다. 결국 이 법안의 실질적 동기가 ‘중국 비판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쯤 되면 이름을 붙이기 쉬워진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중국 심기 경호법’ ‘자국민 입막음법’이라는 비아냥이 돌아다닌다. 민주당이 의도했든 아니든 법안의 구조상 가장 큰 수혜자는 ‘중국’이요, 가장 큰 피해자는 ‘한국의 표현의 자유’다.
더 큰 문제는 이 법이 가지는 잠재적 위험성이다. ‘허위사실 유포’라는 기준은 이미 형법상 존재하지만, 그 대상이 ‘국가’와 ‘국민’으로 확장될 경우, 그 적용 범위는 무한대가 된다. 예컨대 “중국이 한국 부동산을 과도하게 매입하고 있다”는 발언이 허위로 판명되면? “중국 정부가 한국 내 여론전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 제기는? 정치적 해석이 개입된 ‘사실 판단’의 영역인데, 이를 형사 처벌의 잣대로 들이대면 결국 국가 비판은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가 적용되지 않으면 ‘중국’이 직접 불쾌하다고 느끼지 않아도, 혹은 중국 정부가 문제 삼지 않아도, 국내 수사기관이 알아서 수사할 수 있다. 정권이 원하면 ‘반중 발언 단속’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여기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타국의 명예’는 ‘우리 국민의 자유’보다 우선인가? 민주당은 “혐오 표현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하지만, 이미 한국엔 혐오 발언을 처벌할 수 있는 여러 법률이 존재한다. 문제는 ‘혐오’가 아니라 ‘비판’까지 같이 묶어버리는 것이다. 혐오와 비판을 구분할 수 없는 사회는 곧 권력의 기분에 따라 말이 통제되는 사회가 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중국의 내정이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삭제되거나, 언론이 중국 관련 비판 기사를 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나아가 정치적 상황에 따라 ‘미국’ ‘일본’ ‘러시아’로 대상이 바뀌는 것도 어렵지 않다. ‘특정 국가’라는 표현은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표현의 자유가 어느 날 ‘국제 관계에 해가 된다’는 이유로 제한되는 순간,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 흔들린다.
민주당은 과거에도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왔다. 일본의 우익 교과서나 역사 왜곡을 비판할 때, 혹은 정부의 언론 장악을 성토할 때마다 “침묵은 공범”이라고 외쳤다. 그런데 이번엔 정반대다. “말을 아껴라, 불필요한 비판은 하지 마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자유는 입맛에 맞을 때만 존중되는 게 아니다. 자신이 불편할 때도 지켜야 비로소 자유다.
사실 ‘중국 심기’는 새삼스러운 주제가 아니다. 수년째 한국 정치권에서 반복되는 풍경이다. 중국 관광객이 줄면 “경제 타격”이라며 비위를 맞추고, 중국 정부가 불쾌해하면 “외교적 부담”이라며 몸을 사린다. 그러나 한 나라의 국회의원이 자국민의 표현을 형사 처벌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물다. 그것도 ‘타국의 명예’를 보호하겠다며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종속적 사고’의 극치다.
이번 법안이 실제로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건 발의 자체가 던진 메시지다.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탄압할 의도는 없다”고 해명하겠지만, 권력이 언제나 ‘의도’보다 ‘결과’로 평가받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국의 명예’는 중국이 스스로 지키면 된다. 한국 국회가 할 일은 한국 국민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혐오 없는 사회를 원한다면, 입을 막는 법보다 귀를 여는 정치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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