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발생한 LED 전광판 사기 사건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범인들은 전광판 주파수가 동일하다는 점을 악용해 리모컨으로 전광판을 꺼버린 뒤 가게를 찾아가 “고장 났다”며 수리비를 뜯어냈다. 고장 난 줄 알고 어쩔 수 없이 수리를 맡긴 자영업자들에게는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수상히 여긴 시민의 신고를 받고 신속히 수사해 일당을 검거했고, 이들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의 말처럼 “고장 난 척하면서 자기들이 수리한 개념”의 사기극은 범죄임이 명백했고, 법의 심판대에 올려졌다.
이 사건은 단순한 사기극이지만 사회적 교훈은 결코 작지 않다. 작은 불법에도 경찰은 ‘재물손괴’라는 혐의를 붙여 집요하게 수사했다. 국민의 신고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규명했고, 범죄의 고리를 끊어냈다. 그런데 묻고 싶다. 왜 정작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선거 부정 의혹 앞에서는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가?
지난 20여 년간 한국 사회에서 끊이지 않는 논란이 바로 부정선거 의혹이다. 전자개표기 문제, 우체국을 거치는 사전투표의 불투명성, 개표 과정의 통계적 비정상성 등 국민이 수없이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경찰·검찰·정치권·레거시 언론 대부분이 한목소리로 “음모론”이라며 외면한다.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민경욱 전 의원, 김미영 VON 대표, 박주현 변호사 등이 공개적으로 제시한 증거와 분석은 학문적·법률적으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 그런데도 관계 당국은 눈을 감고, 언론은 침묵하며, 정치인들은 입을 닫는다.
아이러니하다. 리모컨 하나로 전광판을 꺼버린 일당은 신속히 검거되었는데, 국민이 “민주주의 전광판”이 먹통이 되었다고 수십 년째 외쳐도 그 목소리는 철저히 묵살된다. LED 전광판 사건은 경찰이 시민의 신고를 ‘재물손괴’로 보고 즉각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해결된 것이다. 그렇다면 공명선거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민의 신고와 문제 제기는 왜 단 한 번도 같은 무게로 다뤄지지 않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중잣대다. 선거가 흔들리면 국민의 주권이 훼손되고,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부정선거 의혹은 단순한 음모론이 아니라 국가 존망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선거 관리 기관은 자기완결적 절차만을 강조하며 “문제 없다”는 선언으로 모든 의혹을 차단한다. 이는 스스로의 정당성을 증명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행위다. 만약 떳떳하다면 왜 투명하게 검증하지 않는가? 왜 CCTV와 투표용지, 서버 기록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가?
경찰이 전광판 사건에서 보여준 태도는 오히려 부정선거 의혹 수사에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시민이 “수상하다”고 신고하면, 그 의혹을 밝히는 것이 국가 기관의 책무다. 설사 결과적으로 혐의 없음이 밝혀진다 해도, 의혹 해소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 신뢰를 지탱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당국은 국민을 설득하기는커녕 ‘괴담’ ‘음모론’이라는 딱지를 붙여 비판자를 배제했다. 이처럼 신뢰를 저버린 결과, 선거 제도는 점점 더 불신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주의는 절차적 정당성 위에 세워진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아무리 뛰어난 정치인도 공정하지 못한 선거에서 탄생한다면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LED 전광판은 고치면 그만이지만, 민주주의 전광판이 꺼져버리면 국가 전체가 암흑 속에 빠진다. 이제는 관계 당국이 귀를 열어야 한다. 국민이 제기하는 문제에 응답하고, 선거 제도의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경찰이 ‘재물손괴’에도 집요하게 수사하듯 ‘민주주의 손괴’ 가능성에도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작은 사기에는 단호하고, 큰 의혹에는 눈감는 사회는 오래 버틸 수 없다. LED 전광판 사건을 보며 우리는 다시금 깨달아야 한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책임은 시민의 신고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을 실현하는 주체는 국가 기관이어야 한다. 신고를 귀 기울여 듣고, 의혹을 해소하는 데서만 민주주의는 비로소 살아남는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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