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말로는 언제나 비극적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영원한 제국을 꿈꿨던 독재자들도 결국 성난 민심과 역사의 심판대 앞에서는 무력했다. 화려한 궁전에서 쫓겨나 좁은 구덩이와 차가운 하수구에서 생을 마감한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한다.
1. 사담 후세인: 거미 구멍에서 발견된 '폐허의 왕'
이라크를 24년간 철권통치하며 중동의 맹주를 자처했던 사담 후세인의 끝은 초라했다. 그는 2003년 미군의 '붉은 새벽' 작전 중, 고향 티크리트 근처 농가의 지하에 판 좁고 불결한 '거미 구멍(Spider Hole)'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그는 덥수룩한 수염에 초점 없는 눈동자를 한 채 저항 없이 체포되었다. 한때 황금 총을 휘두르던 독재자의 위엄은 간데없고, 초췌한 노인의 모습만 남았다. 그는 결국 2006년 12월, 이라크 국민에 대한 학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의 처형 장면은 휴대전화 영상으로 유출되어 전 세계에 권력의 무상함을 알렸다.
2. 무아마르 카다피: 하수구 관 속에서 울부짖은 42년의 권력
리비아를 42년 동안 지배하며 스스로를 '왕중왕'이라 칭했던 카다피는 자신이 '쥐새끼'라고 비하했던 시위대에게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2011년 고향 시르테에서 도주하던 중 나토(NATO)의 공습을 피해 몸을 숨긴 곳은 길가의 콘크리트 하수구 배관 안이었다.
시민군에 의해 끌어내진 그는 피범벅이 된 채 "나에게 이러지 마라, 너희들이 하는 게 무엇인지 아느냐"며 목숨을 구걸했다. 그러나 분노한 군중은 그를 조롱하고 폭행하며 증오를 쏟아냈다. 결국 그는 현장에서 총격을 받고 사망했으며, 그의 시신은 정육점 냉동고에 보관되어 일반인들에게 구경거리로 공개되는 최악의 수모를 겪었다.
3. 니콜라에 차우체스쿠: 크리스마스의 총성, 부부가 함께 맞은 종말
동유럽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쿠는 민중의 분노가 폭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사형대에 섰다. 1989년 12월, 헬기를 타고 탈출하려다 체포된 차우체스쿠 부부는 급조된 군사재판소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재판 내내 그는 "나는 루마니아의 대통령이다"라고 외치며 현실을 부정했으나, 판결 직후 곧바로 건물 밖 벽면으로 끌려 나갔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당일, 차우체스쿠와 그의 아내 엘레나는 수백 발의 총탄 세례를 받으며 즉결 처형되었다. 이 장면은 TV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으며, 동유럽 공산 정권 붕괴의 상징적인 사건이 되었다.
[기자 수첩] 역사가 던지는 준엄한 경고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을 때 국민의 고통을 외면했고, 그 대가는 처절한 고립과 비참한 죽음이었다는 점이다. 화려했던 궁전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보다 '권력을 어떻게 내려놓아야 하는가'에 대한 서늘한 교훈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