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군인 월급·방산 대금도 못 주는 무능 정권, ‘군란’의 역사가 두렵지 않은가
우리가 지금 ‘임오군란’이라는 불편한 역사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군이 봉기할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군의 생존과 존엄을 방기했을 때 체제가 어떻게 붕괴의 문턱에 들어서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역사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1882년 임오군란의 직접적 도화선은 거창한 이념도, 외세의 음모도 아니었다. 군 급료의 체불, 부실한 식량 지급,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였다. 역사는 군대가 정치 세력이 되어서가 아니라, 국가가 군을 버렸을 때 어떤 파국이 발생하는지를 증명해 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섬뜩할 만큼 닮아 있다.
2026년 1월 7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 한 해 동안 한국은행 일시 차입금,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통해 누적 164조 5,000억 원을 차입했다. 이는 2024년 173조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국가 재정이 이처럼 중앙은행 차입에 의존하는 동안, 정작 나라를 지키는 군인들의 급여와 방산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은 제때 집행되지 못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나 기술적 지연의 문제가 아니다. 돈이 없어서 못 준 것이 아니라, 재정의 우선순위에서 군과 안보가 밀려났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차입을 감수하면서도 최전방 장병의 월급과 방위 산업의 생명줄인 대금 지급에는 무능했고 무책임했다. 국가의 기본 기능이 무엇인지조차 혼동하고 있는 모습이다.
군의 사기는 숫자로 계량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기가 무너지는 순간, 어떤 무기 체계도, 어떤 외교적 수사도 국가를 지켜주지 못한다. 군 급여 체불과 방산 대금 미지급은 군을 정치화하는 행위가 아니라, 군을 절망하게 만드는 행정 폭력이다. 임오군란이 오늘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외 저자세와 내부 붕괴는 결국 하나의 위기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내부 붕괴 신호와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압박 앞에서 일관되게 소극적이고 저자세인 태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의 군과 국민에게는 ‘재정이 어렵다’며 고통을 전가하면서, 외부의 압력에는 원칙 없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정권을 신뢰할 수 있는 국민은 없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방치된 구조적 무능은 형태만 바꿔 되살아난다. 임오군란을 다시 말하는 것은 군의 봉기를 경고하기 위함이 아니라, 군을 버린 국가가 어떻게 스스로 붕괴의 길로 들어서는지를 경고하기 위함이다. 지금 이 상황을 단순한 예산 문제로 축소하려는 순간, 국가는 더 깊은 신뢰의 수렁으로 빠져들 것이다.
국가의 기본은 화려한 정책 구호가 아니라, 군인에게 약속한 급여를 제때 지급하고, 방위 산업의 계약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조차 지키지 못하는 정권이라면, 국민에게 미래를 말할 자격은 없다. 역사 앞에서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군란’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그 단어가 다시 언급될 수밖에 없는 현실 그 자체다.
정리: 왜 ‘임오군란’을 다시 꺼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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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오군란은 군의 정치 개입 사례가 아니라, 군 급여 미지급으로 국가 신뢰가 붕괴된 사례다.
- 현대적 경고의 요지는 ‘군 봉기’가 아니라 체제 신뢰 붕괴다.
- 따라서 본 사설은 폭력·선동이 아니라 역사적 구조 경고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