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생활 38년 만에 자유인이 됐다.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기자직에 입문해 좌고우면 않고 오로지 언론에만 종사했다. 공정보도와 편집권 독립이라는 거창한 신념을 믿고 재직 중이던 회사 측과 마찰을 빚어 각각 3년과 7개월이라는 두 번의 해직과 수 십 차례의 징계·피소를 당하면서도 기자·언론인으로서의 소신을 지켜왔다.
4년 전 막 전국종합일간지를 선언한 스카이데일리(이하 ‘스데’)로 이직해 논설주간으로 사설 집필을 담당하다가 최고경영자(CEO) 제안을 받고 얼떨결에 동의한지 3년 만인 지난달 말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이제는 어엿한 ‘국민 언론사’가 된 스데 CEO는 날마다 시간마다 때로는 분·초마다 중대 결정을 해야 하는 피를 말리는 자리였다. 애초 주어진 3년 임기가 끝났으니 물러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적지 않은 지인이 “하필이면 이 중요한 때 왜?”라고 말을 한다.
나는 농반진반으로 “이순신 장군도 7년 전쟁인 임진왜란·정유재란이 끝나기 직전 노량해전이 한창일 때 은퇴(전사)하지 않았느냐. 스데가 굵은 단독 기사들로 국민이 깨어나는데 일조했고, 지금도 소명감 가진 데스크와 기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진실을 발굴해 독자께 알리는 일을 지속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라”고 말한다.
편집국 기자만 300명이 넘는 대형 신문·방송사가 부지기수인 나라에 전 직원 40명 안팎인 창간 14년밖에 안되는 신생 스데가 대한민국 언론계에 남긴 흔적은 만만찮다.
‘시대의 금기를 깨는 종합일간지’라는 구호를 내건 스데는 다른 매체는 엄두도 못내던 광주5·18 사건의 진짜 진실을 파헤치는데 앞장섰다. 가짜 유공자 고발부터 시작해 5·18에 대해 부정적인 말만 해도 잡아간다는 5·18특별법을 무력화시키는 ‘북한 관여’ 증거들을 낱낱이 취재해 시리즈로 기사화했다.
해당 기사들만 모아 40쪽 짜리 ‘5·18특별판’을 제작해 1000만 부 보급 운동도 펼쳤다. 한편에선 ‘(가칭)부메랑 5·18’을 제목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나리오 작업은 이미 시작됐다. 스데가 취재해 보도한 정보에 따르면 광주5·18을 바로 잡지 못하면 대한민국엔 희망이 없다.
부정선거 관련 보도도 스데가 독보적이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의 문제점을 스데는 2018년 4월 ‘A-WEB 전자투표기 수출사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묵인 하에 진행됐다’는 의혹 보도부터 2014년 제정된 ‘세계선거기관협의회 지원에 관한 법률’에 선관위원장이 A-WEB의 대외협력 사업을 주관하고 A-WEB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음을 폭로했다.
다른 모든 매체가 부정선거 관련 보도를 외면할 때 스데는 그때 이미 ‘선관위가 2016년 전자투표기 등에 대한 문제점을 알면서도 묵인 또는 방치해오다 2018년 초에야 자체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것’을 거론했다.
나아가 국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후진국 빈곤 탈출을 위한 원조에 쓰여야 할 ODA 자금이 우리나라도 예산이 없어 못 쓰는 개표결과 전송 단말기를 무상 제공하는데 쓰였다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며, 특히 지원 대상국이 후진국에만 몰려 있다는 것도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선관위가 A-WEB의 일탈행위를 알고 있었다면 큰 문제고, 모르고 있었다 해도 법률상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에도 스데는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매체 중에서 가장 오래전에, 그리고 꾸준히 부정선거 관련 기사를 성역 없이 보도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령을 발동한 원인 중 하나인 ‘부정선거 증거 확보’는 국민을 계몽하기 시작한 대한민국 현대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성과였다.
왜 계엄군이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수원 선관위 연수원에 보내졌는지 의문을 갖던 차에 스데는 ‘중국인 간첩(해커) 99명 체포 후 일본 내 미군기지 압송’이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의해 불법 체포된 1월 15일 바로 다음날 새벽이었다.
기사가 나간 후 특종을 놓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들은 앞다퉈 스데의 ‘중국인 해커 포획’ 기사를 폄훼하고 있지만 기사 내용은 엄연한 사실이다. 계엄령 해제 직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지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계엄군은 연수원에 총 190명을 투입됐고, 해당 연수원에 머무르던 90여 명의 인원에 대한 신원과 행선지 파악이 관건”이라는 발언과 2024년 12월 24일 주간 ‘시사IN’의 “계엄 선포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서 90여 명이 경찰과 계엄군의 통제로 감금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 역시 맞다.
스데는 이러한 내용을 첫 제보 받은 이후 막후에서 작전을 지휘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백악관 소식통 등 최소 8명(곳) 이상의 취재원과 취재처로부터 입체적으로 확인했다.
‘최순실(본명 최서원) 태블릿PC’ 기사를 허위로 조작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좌파 매체 JTBC의 유도성 질문에 억지로 답한 김은총 주한미군 공보관은 해당 작전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게 스데의 공식 입장이다.
스데는 작전의 주체와 취재원 보호를 위해 2중의 복선을 깔았다. 특종보다 극비밀리에 진행된 작전이 성공한 게 중요하다고 본 스데의 정무적 판단이었다. 따라서 중국과 북한의 영향권하에 있는 좌파 매체들이 아무리 스데 기사를 폄훼해도 흔들림 없이 후속 기사를 지속해서 발굴하는 것이다.
중국이 설치한 부정선거 카르텔로 자기 나라가 통째로 넘어가는 판국에, 대통령이 나서 자신의 생명과 직을 걸고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부정선거 척결을 주창했음에도 ‘부정선거는 음모론’이라고 치부하는 레거시 미디어들과 그동안 부정선거에 기대 정치 생명을 연장해 온 ‘꼭두깍시 정치인’들은 스데 얘기만 나와도 발작을 하며 가짜뉴스로 치부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부정선거로 다수당이 됐다는 의심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중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스데에 주는 광고를 끊으라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발끈해야 할 중국 측에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않고 있고, 새로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주일미군에 SNS 금지령을 내리는 것으로 입단속을 하고 있다.
이쯤되면 왜 스데 기사의 적확성과 영향력을 신뢰해도 되는지 이해했을 것이다. 지금 언론계는 부정선거에 대해 취재도 안하고 보도도 하지 않는 조·중·동에 실망한 30년~100년 독자가 그 신문 구독을 끊고 스데로 갈아타고 있다. 특정 매체 구독자 수가 두어 달 사이에 30% 이상 급감하고, 한 부 확장도 어려운 판국에 스데는 순식간에 구독자 수가 1만 부 이상 늘어났다.
나는 문청(문학청년)이다. 작가를 꿈꾸며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고 전국 규모의 문학상도 받았다. 졸업 후 주경야독을 하며 프리랜서 작가로 살다 문학적 직·간접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한 직장이 언론사였다. 신문에 안 나오는 세상 이야기를 두루 경험해 보기 위한 선택이었다.
돌이켜 보면 대만족이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겪어 보기 어려운 두 번의 파면과 여러 차례의 징계 처분, 이직 후 겪은 엄청난 텃세와 오랜 왕따 등 숱한 사건을 체험했다. 벽에 부딪쳤을 땐 낙담이나 포기 대신 대학원에 입학해 석사와 박사학위 공부로 돌파했고, 온갖 시련은 문학적 경험으로 치부했다.
이제 인생 제2막을 막 시작하는 순간이다. 묵은지 같이 숙성된 김치처럼 오랜 꿈인 문청으로의 귀환이다. 기사와 논문을 쓰며 문체가 비(非)문학체로 바뀐 게 걱정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다큐멘터리 성격의 책을 몇 권 쓰고, 그 다음엔 진짜 쓰고 싶었던 문학에 도전할 것이다. 생계를 위한 택시운전면허증 취득도 급하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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