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처벌과 금융 치료를 받도록 강력히 대응하겠다. 세상이 바뀐 것을 보여드리겠다.”
6.3 조기 대선 이후 대한민국 정치를 강타한 한 문장이 있다. 발언의 주인공은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서대문구갑). 대상은 미국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 출신으로 국제선거감시단(IEMT) 단장으로 방한했던 모스 탄(Morse Tan) 미 리버티대학 법학과 교수. 한국계 재미교포로 국제법 권위자이자 인권 전문가다.
아버지 나라의 진실을 말한 그에게 돌아온 건 칭찬이 아니라 고소장이었다. 대한민국 제1야당이 ‘법치’를 말하면서도 정작 비판 세력엔 민형사 소송으로 재갈을 물리고, 국가적 의혹 제기를 ‘금융 치료’로 찍어누르겠다는 발상은 민주정의 근간을 흔드는 폭력이다.
모스 탄 교수는 6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내셔널프레스클럽 기자회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과거 성범죄 의혹과 6.3 대선의 전산 조작 가능성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그러니 필요한 건 ‘반론’과 ‘검증’이다.
그런데 김동아 의원은 북한의 국가보위부 냄새가 물씬 풍기는 ‘민주파출소 알림’이란 명의로 반박보다 먼저 “처벌”을 외쳤고, 국민이 알아야 할 문제 제기를 “돈으로 갚게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식 ‘법치’인가? 누구의 말처럼 ‘금융 치료’라는 단어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민주주의는 사망선고를 받는다.
진실을 말한 자에게 돌아온 고소장
모스 탄 교수의 발언은 단순 ‘유튜브 폭로’가 아니다. 그는 미국 국무부 인권담당대사 출신이며, 국제형사법 교수로 재직 중인 국제사회 인권 전문가다. 그가 제기한 의혹은 국제선거감시단의 공식 조사 보고서와 함께 발표되었고, 세계 주요 외신도 이를 보도했다.
이에 민주당은 논리로 대응하지 않았다. ‘법적 책임’ ‘금융 배상’ ‘처벌’이라는 위협으로, 마치 진실을 말하면 벌을 주겠다는 듯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심지어 김 의원은 언론 앞에서 “거짓 선동자에게 금융치료를 하겠다”고 말하며, 국민 앞에서 외국인 인권 전문가에게도 입막음의 칼날을 휘둘렀다.
민주당의 ‘입막음 소송’ 전력은 이미 수두룩
김동아 의원의 발언은 일회성 돌출 행동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수년간 일관되게 ‘진실을 고소로 덮으려는 정당’이었다.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언론인·유튜버·학자·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을 무기처럼 남용해왔다.
이러한 소송의 공통점은 비판자의 입을 막고, 사회적 낙인을 씌우며, 법적 비용 부담을 통해 침묵을 유도하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비판이 죄가 되는 나라로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LAPP’라는 이름의 전략적 소송은 고질적 병폐
이런 고소 전략은 국제적으로도 비판받는다. 이를 ‘SLAPP(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 즉 공익 참여를 막기 위한 전략적 소송이라 부른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는 이를 막기 위해 ‘반SLAPP법’을 도입했다. 의도적인 고소 남용이 확인될 경우, 원고(정치인 등)가 역으로 벌금을 물게 하거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SLAPP 방지법이 없다. 오히려 정치인이 이를 합법적인 겁박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
법원과 헌재는 “공인의 불쾌함은 감수 대상” 판시
▲대법원 2013도8654 판결: “정치인에 대한 공적 감시와 비판은 광범위하게 허용되어야 하며, 이로 인해 다소간의 명예 훼손이나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이는 감수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08헌바157: “공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이며, 그 위축은 민주주의 질서를 해친다.”
이처럼 법원과 헌재도 ‘공인은 참아야 한다’고 판시했음에도, 민주당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감시받기 싫으면 공직에 나서지 말라.” 이 말이 다시 회자되어야 할 시점이다.
민주당은 왜 툭하면 고소로 대응하는가
답은 단순하다. 의혹이 터무니없다면 반박하면 될 일이다. 논문이 허위라면 학술적으로 반박하고, 보도가 왜곡됐으면 기자회견을 통해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논쟁이 길어지면 진실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고, 고소를 통해 시간을 끌고 비판자를 괴롭히는 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너도 고소당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면, 다음 사람은 침묵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민주당이 고소를 정치 무기로 사용하는 이유다.
민주당은 진실은 법정에서 겨루면 된다는 말로 포장하지만, 실제 목적은 하나다. “너도 조용히 해라. 안 그러면 널 망하게 하겠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고발하거나 고소한 대상을 보면 그 의도가 뻔하다.
△학자가 통계 왜곡을 지적하면 명예훼손 △언론인이 대통령의 과거를 캐면 허위사실 유포 △시민단체가 부정선거 정황을 제기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유튜버가 조작 가능성을 다루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심지어 해외 인권 전문가도 자신들과 견해가 다르면 “처벌하겠다.”
이런 풍토에서 비판은 곧 죄가 된다. 침묵은 최고의 생존 전략이 되고, 진실은 법정에서 사망한다.
민주당은 한때 “표현의 자유” “촛불 시민” “시민의 감시”를 강조하며 정권을 잡았던 정당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행태는 거꾸로 ‘국민의 입’을 봉하려는 권위주의 정당과 다를 바 없다.
지금 필요한 건 넉넉한 질문의 자유
우리는 묻는다. 왜 진실을 묻는 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가? 왜 의혹 제기에 ‘반박’이 아닌 ‘금융치료’가 돌아오는가? 무엇이 그토록 두려워 입을 막으려 드는가?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무엇이 두려워 진실을 묻는 자를 협박하는가? 왜 국민의 의문에 재판장을 앞세워야 하는가? 감시와 비판을 ‘불법’이라 단정하는 이들이 권력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민주주의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정당한 질문이 ‘명예훼손’이 되는 세상은 비정상이다. 공인에 대한 비판은 민주주의의 산소이고, 그 산소를 막는 정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
모스 탄 교수는 재미교포이긴 하지만 엄연히 외국인이다. 그의 발언이 맞든 틀리든, 그는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의 말이 허위라면 논리로 반박하면 될 일이지 “돈 물리게 하겠다”는 식의 보복은 부끄러운 퇴행일 뿐이다.
법은 힘있는 자의 방패가 아니다
정치는 불편한 진실을 묻는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는 기술이 아니다. 민주당은 비판자를 협박할 시간이 있다면, 국민 앞에 이 대통령의 과거와 선거 과정에 대해 투명하게 해명하는 데 시간을 써라.
민주당은 고소 정치·겁박 정치를 당장 멈춰야 한다. 대통령의 과거가 진실이라면 해명으로 반박하라. 선거가 공정했다면 중앙선관위의 서버를 투명하게 까고, 모든 자료를 공개하면 된다.
진실을 말하는 이의 입을 막는 순간, 그 정당은 민주주의의 적이 된다. “입 다물라”는 정당은 결코 ‘민주’라 불릴 수 없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